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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 문명의 허울에 대한 씁쓸한 우화 - 문명의 허울에 대한 씁쓸한 우화 1. 로빈슨 크루소의 재해석 영국의 작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모험담처럼 기억되고 있다. 무려 300여 년전(1719년)에 발표된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공에 홀로 조난당한 주인공의 모험담이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영국식 패권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문명화되지 않은 야생을 상징하는 무인도와 프라이데이를 대상으로 주인공인 로빈슨 크루소가 자신의 문명을 전파하는 과정을 그린다고 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영국식(혹은 그 때 당시의 유럽식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식민지배 과정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식민지 시대는 끝이 났고, 시대와 함께 영원할 것 같던 식민지 시대의 패권주의도 끝이 났다. 그리..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 미셸 투르니에 - 미셸 투르니에 39p그는 수평선 위에 오직 자연만이 창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광대하고 더 찬란한 무지개가 솟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무지개라기보다는 오직 아래쪽 반원만을 물결 속으로 감추고 신기할 만큼 싱싱한 색깔로 일곱 가지 빛살을 펼치는 거의 완벽한 후광과도 같았다. 45p이리하여 그는 타인이란 우리에게 있어서 강력한 주의력 전환 요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타인이 끊임없이 우리의 주의력을 방해하고 현재 하고 있는 생각으로부터 딴 곳으로 주의력을 분산시키기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당장은 우리들 주의력의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언제든 그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물들의 세계 속에 희미한 빛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49p오직 과거만이 중요한 존재와 가치를 ..
고양이가 있는 풍경 02
<쓰마밴드 1.5집 발매 기념 3rd 라이브> - 때론 삶의 궤적이 음악이 된다 - 때론 삶의 궤적이 음악이 된다 공연명 : 공연일시 : 2013년 8월 23일 (금) 19:30공연장소 :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 직장인과 음악인 사이의 기묘한 줄타기 한 때, 직장인 밴드가 대유행을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어느 정도는 진행중이다)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에서 퇴근 후에는 젊은 날의 꿈을 뒤쫓는 멋들어진 중년 화이트 칼라의 모습은, 이제는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 음악과 별 상관없는 직장인들마저 자극하는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가 됐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는 나상혁, 장재혁, 김진우, 우지훈의 4명으로 이루어진 밴드다. 이 밴드의 재미있는 점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보컬인 나상혁씨가 인터넷 초창기부터 유명했던 포토툰 의 제작자이자 주인공이라는 점, 그리고 4명의 멤버가 모..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거니는 여행기 -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거니는 여행기 1. 성(城)의 공간이 아닌 시간을 들여다보다 여행은 현재의 것이고, 여행기는 현재의 기록이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여행기라는 흥미진진한 단어 속에는 지금 이 순간,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의 일상, 풍경, 즐거움같은 것들이 함축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우리는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에 서점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여행기들을 통해 상상 속의 여행자가 되어 바다 건너 미지의 타국 땅을 간접적으로 밟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행기들은 스튜디오에서 찍는 웨딩사진처럼 배경만 이리저리 바뀔뿐, 그 안에 투영된 본질 혹은 욕망은 비슷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평범함의 사막 속에도 비범함의 오아시스가 있기 마련이다. 단 하나의 오아시스 때문에 우리는 사막을 100% 모래라고 할 수 ..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 김화영 - 김화영 6p 눈을 감으면 내 반생의 행로를 따라 곳곳에 수많은 방들이 문을 연다. (중략) 잠시 머물기도 했고 가재도구르 장만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머물기도 했다. 이런 수많은 낯선 방, 낯익은 방들을 이어주는 삶의 흐름, 그것이 내게는 여행이었다. 6p물론 내게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여행은 기분전환, 아름다운 풍경, 휴식, 그리고 견문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여행은 내게 삶 그 자체다. 대단한 여행가여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남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사를 다녀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나는 어디를 가나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구경하는 일보다 삶이 더 중요했다. 남들의 기이한 삶, 뜻있는 삶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 이상으로 "지금 여기서 나는 살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는 것..
고양이가 있는 풍경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우리의 삶은 참을 수 있을만큼 무거운가 - 우리의 삶은 참을 수 있을만큼 무거운가 1. 인생담론, 연애담의 탈을 쓰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니, 이게 어디 연애소설의 제목으로 가당키나 한가.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연애소설이다. 아니,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표피는 연애소설의 등장인물과 사건, 형식을 잘 따르고 있다. 그러나, 한없이 가벼운 형식의 껍데기를 벗겨보면 그 안에는 인생에 대한 치열한 철학적, 존재론적 담론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쉽게 말하자면 우리들이 모두 한번씩은 겪게되는, 그러나 한번 이상은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이 대전제에 의해 우리의 인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