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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공연전시

<쓰마밴드 1.5집 발매 기념 3rd 라이브> - 때론 삶의 궤적이 음악이 된다

<쓰마밴드 1.5집 발매 기념 3rd 라이브> - 때론 삶의 궤적이 음악이 된다 





공연명 : <쓰마밴드 1.5집 발매 기념 3rd 라이브>

공연일시 : 2013년 8월 23일 (금) 19:30

공연장소 :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 직장인과 음악인 사이의 기묘한 줄타기 


한 때, 직장인 밴드가 대유행을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어느 정도는 진행중이다)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에서 퇴근 후에는 젊은 날의 꿈을 뒤쫓는 멋들어진 중년 화이트 칼라의 모습은, 이제는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 음악과 별 상관없는 직장인들마저 자극하는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가 됐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쓰마밴드>는 나상혁, 장재혁, 김진우, 우지훈의 4명으로 이루어진 밴드다. 이 밴드의 재미있는 점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보컬인 나상혁씨가 인터넷 초창기부터 유명했던 포토툰 <칼이쓰마>의 제작자이자 주인공이라는 점, 그리고 4명의 멤버가 모두 휘문고등학교 동창생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직장인 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보컬인 나상혁을 제외하면 각자 전문적인 음악활동을 하는 음악인들이다. 어찌보면 직장인 밴드의 탈을 쓴 프로젝트 밴드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비슷비슷한 수 많은 직장인 밴드들이 보여주는 음악적인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는 고퀄리티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4명의 직장인이자 음악인이 만드는 현실(직장)과 꿈(음악) 사이의 기묘한 줄타기, 이 밴드의 음악성은 이 한마디로 설명이 될 듯하다. 





2. 때론 삶의 궤적이 음악이 된다


가수 '이적'씨가 무한도전 가요제를 준비하며 유재석씨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다. 


'같은 노래라로 누가 부르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 한마디에서 '말하는대로'라는 감동적인 음악이 탄생했다. 최근 음악계, 특히 아이돌 그룹들은 전문적인 작자, 작곡가들이 잘 만들어낸 음악을 마치 음악 플레이어처럼 기계적으로 노래하고 춤춘다. 아이돌 그룹과 그들의 음악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이 그저 계약 관계만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음악계의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보면, 가수가 곧 음악을 만들어내는 싱어송라이터가 매우 당연한 존재였다. 마치 화가의 인생이 그의 작품에 드러나고 시인의 삶이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음악을 하는 가수의 삶이 그들의 노래에서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쓰마밴드>가 주는 매력은 그들의 음악 속에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이다. 30대 초반 직장인이자 음악인으로써의 애환이 흘러넘치도록 뚝뚝 뭍어나기도 하고, 개인적인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숨김없이 음악과 가사에 담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삶의 궤적들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혹은 조개껍데기에 새겨진 파도의 문양처럼 켜켜히 쌓여 그들의 음악이 된 것이다. 


<쓰마밴드>는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아이돌처럼 카리쓰마 넘치거나, 철저하게 계산된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군가의 모습으로, 그런 목소리와 음악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3. 이들의 음악에 하나의 장르명을 붙이자면 그건 아마도 "자유" 


<쓰마밴드>의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들의 다양한 음악적 색깔들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쓰마밴드>의 음악적인 장르를 규정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인데, 보컬인 나상혁씨는 독특한 목소리와 발성으로 갱스터랩에서부터 헤비메탈, 락, 심지어는 부드러운 발라드까지 전부 소화해내는 저력을 보여준다. 무대의 구성도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미친듯이 헤드뱅잉을 하다가도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아마 이들의 음악에 하나의 장르명을 붙이자면 그건 아마도 "자유"가 될 것이다. 

특정한 음악적 장르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그들의 색깔은 몸은 직장인이지만, 마음은 자유로운 음악인을 꿈꾸는 그들의 영혼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쓰마밴드>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들의 음악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잊고 있었던 '자유'의 향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