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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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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시학> - 아리스토텔레스 따라서 수사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설득과 관계가 있으며, 설득은 증명의 일종이다(무엇이 증명되었다고 믿을 때 가장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말로 제시하는 증거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것은 말하는 사람의 성격에 달려 있고, 두 번째 것은 청중이 어떤 심적 상태에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고, 세 번째 것은 말이 증명하거나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하는 말 그 자체에 달려 있다. 몇몇 수사학 전문가가 주장하듯, 말하는 사람이 드러내는 개인적 정직성은 그의 설득력에 젼혀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성격은 말하는 사람이 지닌 가장 효과적인 설득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행복을 미덕과 결합된 안녕, 자족적인 삶, 가장 즐겁고 안전한 삶, 물질적이고 신체적인 번영에 그런 것들을 지키고 이용할..
<문장론> - 쇼펜하우어 아무리 그 수가 많더라도 제대로 정리해놓지 않으면 장서의 효용가치는 기대할 수 없다. 반대로 그 수는 적더라도 완벽하게 정리해놓은 장서는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식도 이와 마찬가지다.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사상은 주관적인 논리와 스스로 터득한 지식을 기초로 세워지는 건축물이다 알기 위해서는 물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여러 조건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앎은 깨닫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고, 누구나 공부할 수 있지만, 누구나 이를 통해 사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정..
<문장의 온도> - 이덕무 그림을 그리면서 시의 뜻을 모르면 색칠의 조화를 잃게 되고, 시를 읊으면서 그림의 뜻을 모르면 시의 맥락이 막히게 된다 아침노을은 진사처럼 붉고, 저녁노을은 석류꽃처럼 붉다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참되고 올바른 식견은 진실로 옳다고 여기는 것과 그르다고 여기는 것 중간에 있다 널리 알면서도 편찬하거나 저술하지 못하는 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이나 다름없다 천리마의 한 오라기 털이 하얗다고 해서 미리 그 천리마가 백마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 온몸에 있는 천만 개의 털 중에서 누런 털도 있고 검은 털도 있을지 어찌 알겠습니다. 이러한 이치로 보건대, 어찌 사람의 한 가지 면만을..
<바다의 기별> - 김훈 13p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15p사랑은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라고, 그 갯벌은 가르쳐주었다. 내 영세한 사랑에도 풍경이 있다면, 아마도 이 빈곤한 물가의 저녁 썰물일 것이다.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 21p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28p아버지는 광야를 달린 것이 아니고, 달릴 곳 없는 시대의 황무지에서 좌충우돌하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 알랭 드 보통 7p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인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11p어떤 사람을 두고 자신의 필생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 살아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따라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17p사랑 내부의 관점에서는 삶의 우연적 성격을 목적성이라는 베일 뒤에 감춘다. 26p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30p전화기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 33p욕망 때문에 나는 실마리들을 악착같이 쫓는 사냥꾼이 되었다. 모든 것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낭만적 편집증 환자가 되었다. 36p"나는 당신을 좋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 오스카 와일드 41p예술가는 아름다운 사물의 창조자다. 예술을 드러내고 예술가를 숨기는 것이 예술의 목표다. 비평가란 아름다운 사물에 대한 인상을 다른 방식이나 새로운 소재를 바꾸어놓는 사람이다. 비평의 최고이자 최악의 형태는 자서전이다. 42p사상과 언어는 예술가에게 예술의 도구다. 악덕과 미덕은 예술가에게 예술의 소재다. 53p우정의 시작이 웃음이었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군. 그것이 우정의 끝이라면 가장 좋을 테지만. 66p "그레이 씨, 자고로 좋은 영향이란 없소. 모든 영향은 부도적해요. 과학적인 견지에서 부도적하단 말이오." "어째서요?" "왜냐하면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에게 자신의 고유한 영혼을 강요하는 것이니까. 결국 그는 자기 본래의 사고를 못하게 되든지, 자기 본래의 열정..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 미셸 투르니에 - 미셸 투르니에 39p그는 수평선 위에 오직 자연만이 창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광대하고 더 찬란한 무지개가 솟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무지개라기보다는 오직 아래쪽 반원만을 물결 속으로 감추고 신기할 만큼 싱싱한 색깔로 일곱 가지 빛살을 펼치는 거의 완벽한 후광과도 같았다. 45p이리하여 그는 타인이란 우리에게 있어서 강력한 주의력 전환 요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타인이 끊임없이 우리의 주의력을 방해하고 현재 하고 있는 생각으로부터 딴 곳으로 주의력을 분산시키기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당장은 우리들 주의력의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언제든 그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물들의 세계 속에 희미한 빛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49p오직 과거만이 중요한 존재와 가치를 ..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 김화영 - 김화영 6p 눈을 감으면 내 반생의 행로를 따라 곳곳에 수많은 방들이 문을 연다. (중략) 잠시 머물기도 했고 가재도구르 장만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머물기도 했다. 이런 수많은 낯선 방, 낯익은 방들을 이어주는 삶의 흐름, 그것이 내게는 여행이었다. 6p물론 내게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여행은 기분전환, 아름다운 풍경, 휴식, 그리고 견문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여행은 내게 삶 그 자체다. 대단한 여행가여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남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사를 다녀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나는 어디를 가나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구경하는 일보다 삶이 더 중요했다. 남들의 기이한 삶, 뜻있는 삶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 이상으로 "지금 여기서 나는 살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는 것..